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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람의 人倫之大事(태어남)

죽재권혁무 2007. 12. 23. 14:13
인륜지3대사 중 첫 번째는 생명의 탄생이다. 인간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조물주의 신비한 선물이다.

특히 시골에서 새 생명을 알리는 탄생의 울음소리는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알 수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태어난다. 도심의 산부인과에서 남편 또는 일부 가족끼리의 축복만으로 태어나는 아가들과는 뭔가 좀 다른 분위기다.

시골 집 앞 을 지날 때 삽짝 위에 내 걸린 禁줄(새끼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숫덩이와 고추를 쳐다보면 한번쯤 숙연함으로 옷깃을 여미고 속히 지나게 된다.
이 집에 더디어 아기가 태어났구나! 늘 배가 볼록하니 다니던 그 새아씨께서 드디어 아가를 생산했나 보네... 경사 났구나 경사 났어!

禁줄은...
이렇게 온 동네방네 소리 높여 태어나는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본래의 목적과 시골 집 구조상 산모의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당분간 무시로 이 집 출입을 조심해 달라는 간접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시골 아주머니들이 아기를 낳을 때는 당연히 집안 내 자체적으로 해결하였으며 도시처럼 산부인과가 따로 없다. 또 그리 요란하지도 않다.
평소 논 밭일로 운동량이 많아서 인지 진통이 시작되면 산파 할머니가 미처 도착도 하기도전에 생산해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동네에서 오랜 경험과 경륜이 많은 할머님이 주로 산파역을 담당한다. 말로만 듣던 삼신 할머니가 따로 없다. 그 할머니가 그 분일 줄 알았다. 노련함으로 분주한 분위기를 일사불란하게 지휘를 하는 걸 보면... 구들장이 쩔쩔 끓도록 군불을 넣어 산모의 몸을 푹 찌다 시피하고 온 몸에 근육이 허물어지도록 이완을 시킨 다음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그리고 아기를 낳고 난 뒤에라도 그 상태에서 산후 조리 까지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철저하게 배려를 한다. 간혹 산후 조리가 잘 못된 산모들이 요통 및 신경통을 호소하는 사례는 많다.
그렇게 힘든 산파의 일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야말로 성심을 다해 출산의 일을 맡아 주시는 할머니의 거룩한 정성은 생명의 탄생이 마치 하늘에 숭고한 뜻인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산모와 태아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도로 쇠약한 상태이니 외부로부터 철저히 격리되어야 한다. 치명적인 오염원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앞서 언급하였다.
그런데 우리네 인정 많은 시골동네 사람들은 어찌 말로만 야박하게 자기집 출입을 일일이 제한시킬 수 있겠는가?
해서 禁줄이 그 역할을 말없이 담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얼마나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법 인가? "야~들아! 뉘 집 아무개 색시가 을라(애기)를 낳았다. 칸다". "함부로 그 집엘 란 가지 말거래이 ~"

당부하던 할머니 말씀이 귓전에 울린다.
출처 : 맨그랑
글쓴이 : 강마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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