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문학산책 15

이진대의 글 “봇물”

봇물 열 여자 마다할 남자 없듯이 여자가 원한다면 피곤이 물밀듯 밀려와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또한 남자 아닌가? 봇물이 그러하다. 봇물은 굽은 논 곧은 논 따질 이유도 없다. 몸이 부서지고 심장이 멎을지라도 논바닥이 원하면 봇물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뿌듯한 자부심이다. 봇물은 필요하지 않는 곳에는 가지를 않는다. 오라하지 않는 곳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필요한 곳이라면 마지막 남은 한 방울 까지 라도 쥐어짜서 기쁜 마음으로 내어주고 뿌듯한 보람을 느끼는 것이 봇물의 운명이다. 겨울이면 바짝 움츠리고 잠을 잘 줄도 안다. 그러나 단순히 잠만 자는 것이 아니다. 봄날에 왕성하게 풀어내야 할 정력을 위해 몸만들기를 하고 있다. 꽁꽁 언 얼음 속에서도 미꾸라지, 송사리, 붕어 메기 가물치 등과 조화를..

취미/문학산책 201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