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예술한시

수락산

죽재권혁무 2009. 2. 18. 10:55

 

 

수락산(水落山)

一點二點落霞外(일점이점낙하외)-차츰차츰 떨어지는 저녁노을 밖으로

三介四介孤鶩歸(삼개사개고목귀)-서너 마리 외로운 까마귀 둥지를 향해 돌아가네.

峰高剩見半山影(봉고잉견반산영)-산봉우리가 높으니 아직도 산의 반쯤은 그늘지고

水落欲露靑苔磯(수락욕로청태기)-물이 잦아지니 푸른 이끼 낀 돌이 드러나는구나.

去雁低回不能度(거안저회부능도)-돌아가는 기러기는 낮게 날아 산을 넘지 못하고,

寒鴉欲棲還驚飛(한아욕서환경비)-까마귀 둥지로 오다가 도로 놀라서 날아가네.

天外極目意何限(천외극목의하한)-하늘 밖으로 눈을 바라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데

斂紅倒景搖晴暉(렴홍도경요청휘)-붉은 색을 거둔 저 하늘에 맑은 빛이 흔들리네.

김시습(金時習)

 

 

기축년 2009년의 새해 아침을 맞는다고 관악산을 오른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2월을 절반을 보내고 수락산에서 2월 정기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참 빠른 세월이지요.

 

사람들은 말하기를 20대는 일년을 시속 20km로 보내고 40세는 시속 40km 60세는 60~70km로 빨리 간다고 합니다.

 

또 옛 사람들은 빠른 세월을 가리켜 달리는 말 네 마리의 다리사이로 비치는 빛과 같다하여 인생극사광(人生極駟光)이라 하였습니다.

 

위의 한시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조선조 단종의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쓴 수락산(水落山)입니다. 김시습은 세조 수양대군의 반정부인사로 낙인 되어 죄인 된 몸으로 쫓기어 숨어살면서 약관 30세의 나이에 금오산에 머물면서 그 유명한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집필하고 이곳 수락산(水落山)자락에서 10년을 기거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죄인을 숨겨주면 “범인 은닉죄”로 처벌을 받습니다. 죄인 김시습이 숨어사는 수락산도 김시습을 숨겨준 죄로 참수형(斬首刑)을 면할 길 없어 머리를 처서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수락산(水落山)을 일명 수락산(首落山)이라고도 합니다.

 

수락산은 서울주변의 다른 산들과는 다르게 나이들 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무상(無常)함을 말해주는 산입니다.

 

수락(水落)은 수락석출(水落石出)이라하여 “물이 떨어지면 바위가 튀어 나온다”는 말입니다. 물이 떨어지고 난후에 보이는 바위는 봄을 상징합니다.

 

올봄에도 수락산의 바위처럼 건강하하세요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