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예술한시

花石亭(화석정에서)

죽재권혁무 2012. 10. 31. 14:20

이율곡의 화석정(삼도헌의 한시산책 268)

화석정

花石亭(화석정에서)

이율곡(李栗谷)

林亭秋已晩 숲 속의 정자에 가을이 벌써 깊어가니,

騷客意無窮 시인의 시상이 끝없이 일어나네.

遠水連天碧 멀리 보이는 저 물빛은 하늘에 이어져 푸르고

霜楓向日紅 서리맞은 단풍은 햇볕을 향해 붉구나.

山吐孤輪月 산은 외롭게 생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江含萬里風 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었네.

塞鴻何處去 변방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聲斷暮雲中 울음소리 석양의 구름 속으로 사라지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가을이 깊어간다. 금년 가을에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화석정(花石亭)을 찾아 율곡

이이(1536∼1584)의 이 시를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화석정은 율곡의

고향이었던 경기도 파주에 있는 정자이다. 율곡은 이 정자에 자주 들러 시를 짓고

명상을 하며 학문을 연구했다고 한다. 이 정자는 조선 세종 25년(1443)에 율곡의 5대

조부인 이명신이 처음 지었으며, 성종 9년(1478) 이숙함이 ‘화석정’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진 후 현종 14년(1673)에 다시 지어졌다. 그 후

한국전쟁으로 다시 불에 탄 것을 파주의 유림들이 다시 세우고 1973년에 실시된

정부의 유적정화사업으로 현재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임진강이 굽어보이는 벼랑

위에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건물 안에는 율곡이 8살 때

지었다는 이 시가 걸려 있다. 소년 율곡은 화석정에서 바라본 만추의 가을서정을

단아하고 군더더기 없이 잘 그려내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가을풍경을 읊조렸고

뒷부분에서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느낀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소년 율곡이 8세 때

지었다고 해서 ‘팔세부시(八歲賦詩)’로 불리는 이 시는 가을전시장에서

서예작품으로 자주 접하게 된다. 소년 율곡을 보는듯해서 반갑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