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30 03:00
[車 방치땐 2차 교통사고 被害]
-증거사진은 차선 꼭 보이게
전후좌우 등 6장이면 충분… 파손 부위 위주로 촬영하면 과실 가리는데 별 도움안돼
-車 빼면 불리?
사고후 도로에 장시간 놔두면 되레 벌점 10점·범칙금 부과
편도 두 차로 중 한 차로가 막히자 뒤따르던 차가 위태롭게 곡예 운전을 벌였고, 약 4분 뒤 한 SUV 차량이 윤씨 차를 피하려다 찻길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후 차 량 40여대가 연쇄적으로 부딪치면서 큰 사고로 번졌고, 임신부를 포함한 3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안개가 많이 낀 날씨와 도로에 방치된 차가 화(禍)를 키웠다. 운전자 윤씨는 "보닛에서 연기가 나는데, 후속 조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보험사 직원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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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경찰이 사고 차량을 스마트폰으로 찍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가벼운 교통사고 때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얼른 갓길로 빠져야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도로 교통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남강호 기자
사고 처리를 하느라 도로 위에 차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교통 정체도 유발한다. 지난 7일 오후 1시 30분쯤에도 수서·분당 3차선 도로에서 벌어진 접촉 사고로 10㎞ 구간 전체가 꽉 막혔다. 본지 취재팀이 만난 교통 전문가 30명은 "가벼운 사고가 났을 때는 도로 위에서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재빨리 사고 증거만 확보하고 안전지대로 차를 옮기는 것이 추가 피해와 교통 정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 했다.
사고 증거를 남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안전지대로 빠지는 것이다. 강남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대다수 운전자는 사고가 났을 때 차를 빼면 불리하다는 생각에 도로 위에서 버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사고 후 차를 장시간 방치할 경우 면허 벌점 10점과 범칙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접촉 사고가 났을 경우 ①차에서 5~10걸음 떨어진다. ②차와 차선이 함께 나오도록 사진을 찍는다. ③전후좌우 네 방향에서 한 장씩 찍는다. ④차량 진행 흔적(스키드마크나 기름·흙 자국)을 찍는다. ⑤파손 부위를 확대해 촬영한다는 사진 촬영 5계명을 제시했다. 교통사고 조사 17년 경력의 정해준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조사계 조사관은 "차량 파손 부위나 번호판만 열심히 찍는 운전자들이 있는데, 이런 사진은 과실 여부를 가릴 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6장을 찍을 여유도 없을 때는 딱 두 장만 찍어도 된다. 경력 13년 차 현영호 삼성화재 사고 출동 에이전트는 "사고에 당황해 '멘붕'에 빠졌을 때는 차선이 보이게 차의 20m 앞에서 한 번, 20m 뒤에서 한 번 이렇게 두 장만 찍어도 전문가들은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스마트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활용, 차 앞에서 180도로 둘러서 한 번, 뒤에서 둘러서 또 한 번 촬영하면 사고 모습을 다 담을 수 있다. 동영상은 사고 지점에서 5~10걸음 떨어진 뒤 차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서 촬영하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사진을 찍고 사고 차량을 갓길 등 안전지대로 옮긴 후엔 안전 삼각대를 설치해 다른 운전자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30~ 50m 뒤에 안전 삼각대를 설치하거나, 안전 삼각대가 없으면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 알려야 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예전에는 경찰과 보험 회사 조사원이 카메라를 들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폰카'를 찍어 사고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