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책
*군고구마 4개 2천원 *
2004년 겨울 세번째 책을 준비하던 시절 당시 나는 눈만 뜨면 이런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최고의 책을 쓸 수 있을까?" 2004년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은 겨울, 최고의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몇시간을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군고구마를 파는 노점상을 발견하곤 천천히 다가갔다.
손수레 하단에는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군고구마 장수는 주문하기도 미안할 만큼 거동이 불편한 사람 이었다.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의 아들 이 다가오더니 "아버지, 몸도 안좋으신데 이만 들어가세요. 제가 잘 마무리 하고 들어갈게요." 라고 말하며 내 주문을 받았다.
'참 효심이 깊은 아들 이구나'하고 생각한 나는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물 하고 싶어서 이렇게 물었다. "학교에서 공부 하느라 피곤할텐데, 밤늦도록 아버지를 도와 드리면 힘들지 않니?" 그런데 아이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밝게 웃으며, "저는 힘들지 않아요."라고 응수했다.
순간 '아,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 학교에서 필요한 책 없니? 네 예쁜 마음이 참 좋아서 책을 선물하고 싶구나."라고 물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필요한 책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단순히 동정받기 싫은 거로 행각한 나는 "내가 책을 주는 게 싫으니?" 라고 물었다.
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이미 하루에 한 번씩 이 세상에서 가장 감명 깊은 책을 읽고 있는 걸요."
나는 속으로 '가난한 살림이지만, 군고구마 장수가 매일 좋은 책을 사준 덕분에 아들이 저렇게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하나 더 물었다. "그렇구나. 그럼 네가 읽은 책 중에 가장 감동을 주는 책을 뭐였니?" 전혀 상상하지 못한 아이의 대답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는 그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책보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가 그 떨리는 손으로 삐뚤삐뚤 써 놓으신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라는 문구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느껴요. 저 한 줄 안에는 아무리 당신의 몸이 힘들어도 끝까지 가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거잖아요. 저는 아버지의 저 글을 보며 마치 책장 넘기듯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넘겨 볼 수 있어요."
나는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최고의 책을 쓰고 싶다면, 머리가 아니라 사랑으로 쓰라.' 그런 의미에서 그 아이는 매일 최고의 책을 읽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감동 을 주는 책은 세상을 흔든 노벨상 수상작도, 수백 년 동안 사랑받는 인문 고전 도, 수천만 권이 팔려나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도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모두 담아 전해주는 그 몇 줄이 어떤 책보다 깊은 감동을 준다.
지금까지 수 천 권의 책을 읽고, 서른여섯 권의 책을 썼지만, 나는 아직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라는 그 한 줄의 감동을 뛰어넘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부모의 사랑을 담은 한 줄은, 수 천 권의 위대한 책보다 힘이 세다. 사랑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 글 김종원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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