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문학산책

자화상 자화상 / 허수현

죽재권혁무 2008. 2. 19. 16:50

 

자화상 自畫像

허수현


이전에 내가 그리운 날이 있다

아이 남편이 자는 윗목에서 섰던

일기장 가게부에 기록한

3줄의 글을 읽고 지워지지 않는

삶이 놓여있어 반가웠다


까마득히 있고 있었던 갑다.

그 행복을

가슴에 안고 미소를 지어 봤다가

눈물도 흘려봤다


화려하지도 남루하지도 않고

세상 때 묻지 않은 순수 그 자체다


이전에 내가 예쁘다

지금의 나는 밉다


그러다 3줄의 글을 안고

나는 어디쯤서 살고 있을까

어느 간이역에 멈추어

써늘한 늦가을 비를 맞고 있지나 않는지....


동인시 신시각 2008